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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뒤돌면 후회하고 앞에 서면 아이같이 구는 내가 밉다

ice bear 2022. 11. 9. 23:58

나는 근 며칠간 아팠다. 코로나도 독감도 아닌, 심한 감기 몸살이 들었다. 3개월 전 코로나에 걸렸을 때보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4일 남짓의 기간 동안 정말 아팠다. 언제나 내 옆을 지켜주고 고생해준 건 아빠 엄마였다. 엄마는 내가 언제 심해질지 몰라서 며칠을 하루 종일 내 옆에 있어주고, 내가 필요한 걸 다 해주셨다.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점점 이 과분한 배려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나 자신을 보고 깜짝 놀라 절대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돼, 넌 이것만 나으면 나중에 몇 배로 갚아야 돼, 꼭 기억해라고 계속 되뇌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애써 내색하지 않았지만 나는 엄마가 힘에 부친다는 걸 느꼈다. 그 울분이라고 해야 할까, 신경질적인 모습이 조금씩 나왔다. 완벽히 계획적인 사람으로서 엄마는 일주일의 계획을 세워놓고 살아가는데, 예상치 못한 나의 병으로 인해 계획이 전부 틀어진 것이다. 속상하고 화도 났겠지만, 그리고 나를 무시하고 계획을 이행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너무 걱정되어서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내색도 못했던 것이다. 나는 죄송스러웠다. 미안했다. 그래서 꼭 엄마한테 이렇게 말해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신경이 날 서서 엄마의 날카로운 태도가 표출된 순간 나는 이렇게 말해버렸다.
“엄마, 나 이렇게 챙겨줘서 고마워 고마운데, 아픈 게 내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니잖아. 근데 왜 나한테 화를 내?”
하하.. 최악이다. 이 말은 뭐, 고맙다는 것도 아니고 엄마한테 도리어 화만 내는 거다.
엄마도 답답하고 힘들었을 텐데, 그래도 내가 아프니까 나한테 밝은 모습만을 보여주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도저히 감당이 안되어서 분출하고 약간의 화풀이도 한 거였는데 나는 엄마를 더 아프게 했다. 나는 엄마한테 화풀이한 적이 한두 번도 아닌데… 분명 엄마를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앞에 가면 아이 같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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